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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교류)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학자 기념일 말씀묵상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학자 기념일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5,1-1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2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3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4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5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6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7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8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9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11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12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13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한번 쯤 들어 보셨을 수 있는 어떤 사람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자신의 지성을 동원해 진리를 찾고자 갈망하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미 19세에 키케로의 호르텐시우스를 읽고 철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세상을 빛과 어둠의 투쟁의 산물로 보고 인간의 영을 어둠 속에 있는 빛의 요소로 보던 유물론적 이원론의 사상을 지녔던 마니교에 그는 심취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 모니카를 통해 그리스도교를 배우긴 했었지만 비이성적이고 비철학적이며 권위적이기까지 했던 그리스도교는 그에게 그리 큰 흥미꺼리가 되지는 못했죠.

 

마니교에 빠져 낮은 직책까지 얻었던 그는 한 여인을 만나 아들까지 낳았지만, 진리를 알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그의 지적 욕구를 채워 주지 못하는 마니교를 떠나게 만들고 맙니다. 다양한 철학 사조를 공부하며 내적으로는 진리에 대한 탐구를, 외적으로는 명예에 대한 추구를 꾀하며 수사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던 그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다가옵니다. 이태리 밀라노에 있던 서로마 황제의 직속 학교에서 가르치던 그는 당시 밀라노의 대주교였던 암브로시오 성인의 설교를 듣게 된 것이죠. 그렇게 그리스도교 지성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후 그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보잘 것 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암브로시오 주교의 설교를 들으며 그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성적 사고에 사고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우리의 직관을 통해 진리와 선을 알려주는 근원으로서의, 내재적이며 초월적인 하느님을 발견하게 되죠. 가까이 내 안에, 내 곁에 있던 그분을 그동안 멀리서 찾아 헤맸던 자신의 과거 삶을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늦게야 님을 사랑했습니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삽나이다. 내 안에 님이 계시거늘, 나는 밖에서, 나 밖에서 님을 찾아, 당신의 아리따운 피조물 속으로 더러운 몸을 쑤셔 넣었사오니! 님은 나와 같이 계시건만 나는 님과 같이 아니 있었나이다. 당신 안에 있지 않으면 존재조차 없을 것들이, 이 몸을 붙들고 님에게서 멀리했나이다.”

 

그렇게 하느님을 발견 한 그는 곧 세례를 받고 완전히 달라진 거룩한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그의 성덕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그를 사제로 추대했고 이어 한 지역의 주교까지 되고맙니다. 33세에 그리스도인이 되고, 36세에 사제가 되며, 41세에 주교가 된 그는 이제 일생을 이교도들의 왜곡된 교리에 대항하는 많은 가르침을 남기며 일생을 보내게 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그는 바로 오늘 우리가 전례 안에서 기념하고 있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이십니다.

 

주교가 된 후 성인이 삼위일체에 관한 풀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 해 바닷가를 거닐며 사색에 잠겨있을 때였습니다. 멀리 보니 한 아이가 모래사장에 작은 구덩이를 파 놓고 조개껍질로 바닷물을 퍼서 그 구덩이에 붓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의 기이 한 행동에 의문이 생긴 성인은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얘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이 구덩이에 저 바닷물을 다 퍼 넣으려고 합니다.” “그건 당치도 않다라고 성인이 말하자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지금 당신이 궁리하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당신의 지성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쉬울 것입니다.” 앞서 강론의 서두에서 말한 유명한 일화란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성인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해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랑을 본다면 삼위일체를 뵙는 것이다. 사랑이신 하느님을 포옹하고, 사랑으로 하느님을 포옹하라.” 바닷가에서 만난 아이와의 일화 이후 성인은 깨달았던 것이죠. 최후 만찬 때 예수님의 가슴에 기대어 본 일이 있는 요한 사도가 아흔 가까운 나이에 일평생 체험한 하느님을 정의하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일평생을 통해 인간의 지성과 이성이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 선물을 통해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있지만, 그분은 사랑 자체이시라 사랑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분임을 체험하고 고백한 아우구스티노 성인!, 그런데 그분을 알고 싶어서, 그래서 사랑하려 하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가 원죄의 영향으로 인한 선의 결핍에서 오는 부족함 때문임을 체험한 아우구스티노 성인!, 하지만 그 어떤 거대한 죄를 지은 죄인이라 할지라도, 완전한 선이신 하느님께 달려오면, 그분께서 은총의 빛으로 죄인의 부족한 어두운 부분을 채워주시며, 회개를 통한 구원으로 이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우구스티노 성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은총으로 이끔 받아 회개를 한 당사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고백했던 아우구스티노 성인!

 

전통적으로 성인을 은총의 박사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은총의 필요성을 변호하고 강조하였기 때문이죠.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를 드리며 그분 안에서 즐기는 것이 곧 기도이며, 이 기도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하느님의 완전성과 무한성을 인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서, 기도를 통해 인간은 은총의 빛으로 비춰지고, 드디어 그 은총의 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성인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을 행하는 것도 은총이요, 선을 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은총이요, 죄를 죄로 깨닫는 것도 은총이요, 뉘우쳐 용서받음도 은총이니, 사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일평생을 사셨던 아우구스티노 성인! 사실 성인의 삶을 생각하노라면 너무 거대하고 방대한 나머지, “과연 나는 성인의 무엇을 본받고 닮을 수 있을까?”하는 막연함 마저 들기도 합니다.

 

불가능하지만 억지로라도 성인에 대해 짧게 말해보자면, 죄와 악를 통해 하느님을 발견했다는 사실이고, 그렇게 발견한 하느님을 그분이 비추시는 은총의 빛으로 점점 더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고, 그렇게 알게 된 하느님이 사랑 자체이셨기에,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분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신 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쭙잖은 저의 이해력으로 위대한 성인에 대해 말하자니 성인께 죄송한 마음마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고 죄인이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노력 끝에 그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희망이 됩니다. 성인처럼 뛰어난 지성과 통찰력을 지니진 못했지만, 각자에게 각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이심을 믿으며, 오늘도 내게 비추시는 은총의 빛을 통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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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이진욱미카엘

등록일2020-08-28

조회수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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