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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교류) 연중17주간 수요일 말씀묵상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44-46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제 발로, 저 스스로 성당에 처음 간 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집이 산 중턱에 있던 터라 성당까지 걸어가려면 삼십분은 족히 걸리던 거리였는데 그곳을 부모님과 함께 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갔던 것이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매일 같이 미사에 가시는 어머니가 궁금해서였습니다. 꿀이라도 숨겨두셨나? 성당에서 뭐 좋은 것을 주나?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그 전에 성당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반대로 주일 아침마다 은하철도 999를 봐야는데 성당에 가야한다고 티비를 꺼버리시는 어머니가 야속하기만 했었죠. 그 정도로 성당 가기가 싫었던 저였습니다. 근엄한 분위기에 조용하기만 하고 잠시라도 떠들라 치면 혼내던 어른들, 또래 아이들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미사 전부터 끝난 후 까지 어머니 따라다니며 당신이 만나시는 모든 분들에게 인사를 해야하는 것 등이 싫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매일미사를 가십니다. 지금처럼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미사가 중단된 때면 어김없이 전화가 와서 미사 못해서 얼마나 안타깝냐고 걱정을 해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말씀드리죠. “어머니 저는 미사하고 있어요. 사제가 미사 안하면 어떻게 해요.” “! 그래 맞지.” 어머니는 당신의 입장에서 미사에 못가시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서운해서 제게 이렇게 표현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작년 한 때 성당 문을 다 잠그고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하던 때에는 매일 밤에 몰래 성당 마당에 계신 성모님께 가서 기도하고 오시곤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제이자 아들로서 어찌나 속상했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당신의 아들이긴 하지만 당신을 위한 사제는 아니기에 당신 만을 위해 미사를 드려드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한편으론 우리 신자분들도 그러실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궁금증에 못이겨 골목 친구들을 데리고 평일 미사에 제 발로 처음 간 날! 사실 아무 재미도, 좋은 것도 느끼거나 얻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겠죠. 미사는 항상 똑같았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어머니가 왜 매일미사에 가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해합니다. 어머니의 삶을 보고 듣고 이해한 지금에서야 말이죠.

 

결혼하신 후 겪으신 시집살이! 논일에 밭일에 집안 일에, 온갖 일을 하시다가 유산하기도 여러번! 아버지의 장기 출장으로 홀로 계시기도 여러 날! 시댁 식구들과 부모님을 모시기에 혼자 힘으로 벅차셨을 텐데 제사는 또 왜 이리 많았는지. 어머니는 맏며느리셨거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날들, 일에 지쳐 몸이 아파 쓰러지기도 여러번, 그렇게 얻게 된 지병. 어머니의 역사를 듣다 보면 과연 당신에게 행복한 날이 있었을까 싶기도 할 정도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있었습니다. 그것도 매일 같이.

 

당신에게 있어 매일 미사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이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는 시간.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겨서 어린 아이마냥 아버지 나 힘들어요. 토닥토닥 해 주고 어루만져 주세요.”하는 시간. 어머니는 그렇게 인간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힘드신 나날을 보내셨지만, 당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매일 같이 영적으로 쉬고 예수님의 몸으로 힘을 재충전할 수 있는 매일 미사는 행복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완전하게 쉴 수 있는, 편안하고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피곤하고, 일로 인해 몸이 피곤해도 말이죠. 어머니는 그렇게 매일 미사로, 영성체로, 기도로 만나는 주님으로부터 힘을 얻어 지금껏 살아오셨습니다. 아마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그러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성체성사는 밭에 묻힌 보물이고, 발견한 값진 진주였기 때문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말 좋은 것이 눈 앞에 있어도 그것의 좋음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을 거들떠 보지도, 얻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 눈을 달라고 성령께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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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이진욱미카엘

등록일2021-07-28

조회수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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