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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따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

 
주님을 따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
    세례를 받은 지 일 년 정도 지난 신자들의 피정모임이 있었습니다. 생활 나눔 중 어느 신자 분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저는 처음에 세례성사를 받고 신자가 되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어려움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없어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이 때로는 그전보다 내 삶을 더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의식도 못하고 지나갔던 행동들이 심한 죄책감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만큼 죄를 조심하게 되었고, 신앙의 삶이 어려워도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왜 신앙의 길이 십자가의 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기 결단이며, 삶의 실현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데 마지막 걸림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재물이나 명예를 버리기도 목숨처럼 아깝지만, 나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활동에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나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면 자기만족이나, 위선된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 자신의 욕심이나 집착 등은 어쩌면 가장 극복하기 힘든 삶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선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늘 하느님과 나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신을 버리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주님을 위해 자기를 버린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주님의 뜻을 우선시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유의지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따라서 주님을 따르는 것 자체가 이미 십자가를 각오한 셈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매일의 삶 속에서 구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지침도 주십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4)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결국 나 자신에게 이익이 됩니다. 그러나 그전에 세상 속에서 고통과 수난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인간의 눈에는 당장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행위가 결국 생명에 이르는 길이 됩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왜 어리석은 바보처럼 십자가를 지고 갑니까?”라고 물으면 대답합시다. “나를 너무 사랑하셔서 나를 위해 죽기까지 하신 예수님에 대한 나의 믿음 때문입니다.”이라고 말입니다. 십자가 형에 처해진 성 안드레아는 마지막 순간에도 하느님을 희망하고 그리스도를 기억하였습니다. 그는 신앙을 고백하며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처럼 죽기를 희망하였습니다. 한 줄기 빛이 성 안드레아를 비춥니다. 이 빛은 하느님의 구원의 빛이었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루카 9,23-24 참조)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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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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