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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불안정 속의 안정

 
지독한 불안정 속의 안정
    우리 삶이란 안정된 것이라곤 없습니다. 끊임없는 변화 속에 불안정의 연속입니다. 몸도 마음도,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이나 상황도 어느 하나 안정되고 평화롭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도마저 그렇습니다. 기도를 통해 내적 평화나 위안을 맛보며 깨달음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검은 먹구름 속에 갇혀 있기 일쑤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고 말씀하신 것도 이런 맥락 속에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 여정은 고속의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길을, 그것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입니다. 때론 그 길마저 끊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삶이 그저 불안정하고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게 더 복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우리가 깊이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머리 하나 제대로 뉠 곳 없는 그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우리를 이끌어 가고 성장시켜 나가는 따뜻한 기운과 힘이 있음을 알고,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그 빛과 기운은 한시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고요하지만 힘 있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눈이 가려져 이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기 몸뚱어리와 자기 생각과 느낌만을 자기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물적 욕심을 비롯한 자기 욕심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 빛과 기운을 가려 버리고 알아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생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안에 있는 그 빛과 기운의 덕분입니다. 우리가 그만큼 가리고 덮어 버렸음에도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곳은 바로 이 자리입니다. 우리 안에서 우리를 비추고 살려내는 그 빛과 기운으로부터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공부요 수행입니다. 그러기 위해 간단없이 우리는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의무감 때문이 아닙니다. 나를 감싸고 돌봐 주고 키워 주고 있는 그 빛과 기운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비감 때문입니다. 이 빛과 기운이 바로 성령의 현존이요 활동입니다. 이렇게 오직 성령의 현존과 활동에만 온 마음과 힘을 쏟을 때, 비로소 불안정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휘청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삶에 있어서 무엇이 더 소중하고 귀한지, 무엇이 덜 그런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도 생기게 되며, 지혜가 가르쳐 주는 대로 행할 힘까지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에게 맡길 수 있게 되고, 가족들과의 작별 인사마저 뒤로 한 채 하느님 나라를 알리는 일에 온전히 투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성직자나 수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예수님을 알고 믿고 있다고 고백하는 이라면 모두 이런 태도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오직 성령께만 마음을 모은, 하느님을 향한 온전한 투신은 우리 모두의 의무요 권리입니다. 예수회 유시찬 보나벤투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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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07-01

조회수7,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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