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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승리자

믿음의 승리자
    저는 미사의 입당성가가 시작되면 제단에 오르는 동안 성가를 부르는 교우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와서 같은 미사를 봉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입당 성가를 부르는 교우들의 목소리는 분명 어제와는 다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똑같은 것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전례의 엄숙함을 강조한 나머지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경직되고 무표정한 바로 그 ‘얼굴’ 입니다. 분명 미사를 비롯하여 모든 기도와 신앙 행위는 구원의 신비 안에서 은총과 자비의 하느님을 마주하는 기쁘고 행복한 일인데, 사제부터 교우들에 이르기까지 미사 때 제단 위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첫 인상은 무표정하거나 어둡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천국을 마주하는 순간이고, 천사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는 시간이며, 생명의 말씀이 내안에 채워지고, 참 평화의 주인을 모시는 이 은혜로운 순간조차 교우들이 얼굴에 미소를 짓지 못하게 하고 그들 마음에 평화를 앗아가 근심하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 순교 선조들은 혹독한 박해와 곤궁함 속에서도 서로 격려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늘 미소와 평화를 잃지 않고 나누었다는데, 오늘 이 순간에 우리를 짓누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고 있는 것일까요? 지혜서는 의인들(구원 받은 이들 혹은 현자(賢者))과 대조되는 이들로서 ‘어리석은 자들의 눈’과 ‘믿지 않는 사람들’에 관하여 말합니다. 그들에게 고통과 고난과 죽음은 곧 ‘파멸’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인들은 믿음 안에서 그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은총을 얻기 위한 ‘단련과 시험’의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더 나아가 그 모든 것을 자신들을 사랑해 주시는 주님의 도움에 힘입고, ‘인내와 불사의 희망’을 무기삼아 당당히 이겨내어 마침내 하느님의 자녀로서 평화와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의 어두워진 인생과 경직된 신앙생활이 본래의 밝고, 기쁨 가득한 모습으로 회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리석은 자들의 눈과 불신자들의 태도를 버리고, 의인들이 지녔던 주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 곧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로마8,37)’라는 믿음의 태도를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혜서와 로마서의 말씀대로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입니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을 믿는 이들에게 주어지고 주님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에,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천국에 이를 때까지, 그렇게 매일 그분께 신뢰를 두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분 뒤를 따르며, 은총과 구원의 기회로 주신 우리의 십자가를 매일지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확신과 희망을 간직한 채 오늘 미사에서 순교자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그 은총 속에 머무릅시다. 수원교구 강희재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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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09-22

조회수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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