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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시기


    대림 시기 오늘 오전에 신학생들이 방학을 했다고 인사를 왔는데 방학생활에 대한 필요한 말을 하다가 "대림시기가 어떤 시기인지 잘 알지요?" 하면서 대답을 해보라고 했더니 한쪽에서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대답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둘 다 맞는 얘기이긴 하지만 조금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여행 갈 날을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설렙니다. 그러나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하다 보면 기쁨이 생깁니다. 이미 여행이 시작된 겁니다. 벌써 기쁨이 생겼으니까요. 대림시기도 무작정 기다리기만 한다면 기쁨은 생기지 않습니다. 성탄의 의미,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하면서 준비할 때 기쁨이 생깁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주님의 성탄은 나에게 기쁨입니다. 12월 25일 그날에 가서만 성탄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부터 성탄입니다. 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제의 색도 달라지고 제단 분위기도 달라지고, 전례 분위기도 달라졌는데 정작 달라져야 할 것은 제의 색깔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달라져야 합니다. 내 삶이 변해야 합니다. 그러면 매일 매일이 기쁜 성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양로원에 가서 자주 미사를 하는데, 몇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들, 백설 공주님들만 사시는 집이었는데 할머니들이 연세가 많아 수족이 불편하시고 몸은 병들고 그래서 외부 출입은 잘 못하시고 집 안에서만 지내시다 보니 작은 일에도 다투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사시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느 날 성탄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드리는데 한 할머니가 들어 오셔서, "신부님! 저는 예수님 생각하면서 한 번도 안 싸웠습니다." 하시는 거예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를 위해서 오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한 번도 안 싸웠다고 하시는데, 그 할머니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안 싸웠다고 해서가 아니라 과연 할머니의 그 말이 사실일까 해서요. 왜냐하면 할머니가 그 집에서 아주 유명한 할머니였거든요. 남을 못살게 구는 데 선수였어요. 한마디로 문제 할머니였죠. 그런데 어떻게 한 번도 안 싸우시다니, 참느라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정말 그 할머니에게는 하기 힘든 일이었거든요. 그 순간, 할머니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주름살도 많고 흰머리가 많아 백발의 할머니셨지만,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할머니! 성탄 정말 잘 준비 하셨네요. 예수님이 할머니 정말 많이많이 사랑하실 거예요." 하고 칭찬해 드렸습니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 있죠. 할머니는 정말 성탄의 의미를 잘 알고 계시고 좋은 성탄을 준비하신 거죠.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할머니의 스스로 대견해 하시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사는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 보셨나요? 가정 안에서 가족들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웃 간에 서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하느님도 하물며 인간이 되셨는데, 아기의 모습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 오셨는데, 그런데 우리는 더 높아지려고 하고 더 어른이 되려고 합니다. 좀 더 가졌다고, 좀 더 배웠다고 목에 힘을 주고 살아갑니다. 하느님 앞에서도 목에 힘주고 자랑하고 살죠. 그런 신앙생활에는 기쁨과 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힘을 빼고 살라고…. (나만 잘났다고 살지 말라고) 마음을 비우고 살라고…. (욕심도 미움도 비우라고) 져주며 살라고….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섬기라고)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신 주님은 오늘도 냄새나는 곳에 오십니다. 우리 마음에 오시고, 우리 가정에 오시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오십니다. 욕심과 이기심, 거짓으로 가득차서 냄새가 나도 좋다 하고 다시 오십니다. 하느님이 뭐가 아쉬워서 다시 오실까요? 잃어버린 따뜻한 마음, 사랑을 다시 찾으라고 오시는 거죠. "작은 촛불 하나라도 따스함을 줄 수 있고, 세상을 밝힐 수 있다."며 작은 사랑이라도 나누라고 다시 오십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혹시 이미 들으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소녀가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너무 불쌍해 보여서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 도대체 뭐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불쌍한 소녀를 위해서 뭔가 하셔야죠." 그때 하느님 말씀하시기를, "그래서 나는 너를 만들었다. 사랑하라고, 도와주라고…." 이제 성탄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으로 오신 주님! 이제는 제가 사랑이 되겠습니다." 그래야 평화가 생기고 축복이 생깁니다. 기쁜 성탄 맞으시길 빌며 축복을 빕니다. 수원교구 윤종대 도미니코 신부 (이 글은 꾸르실료 카페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http://cafe.daum.net/curs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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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12-05

조회수7,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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