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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엊그제 사제수품을 받은 것 같은데 벌써 삼십년 세월이 훌쩍 지나, 삼십대의 팔팔했던 몸은 육십 대 중늙은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보좌신부, 군종신부, 시골본당 신부, 교포사목, 학교 종교감, 도시본당 신부, 국립 대학교 출강 등을 맡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왔다고, 또 그리스도의 모습을 나의 삶을 통해 보여 왔다고 나름대로 자부해왔는데, 지금 와서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도 없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습니다. 마치 고기잡이의 전문가라고 자부하면서 밤새워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오늘 복음의 예수님 제자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후 세 번째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허탈감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러자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가 그물 안에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서야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가 “주님이십니다.”라고 말하고 그 소리를 들은 베드로 사도는 벗고 있던 웃옷을 걸쳐 입고 호수로 뛰어듭니다. 사람들은 작은 배로 그들의 고기를 끌어올립니다. 낚시를 처음 배워 미끼를 바늘에 끼워 물속에 담가 놓으면 손바닥만 한 고기가 잡혀서 기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기는 잡히지 않고 미끼만 먹고 도망가는 물고기가 많아졌고 낚싯줄이 묵직해서 끌어 올리면 강통이거나 버려진 헌 운동화여서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고기잡이 전문가라고 자부하던 제자들이 느꼈던 허탈감이 바로 이런 심정이 아니었겠습니까? 아직 부활하신 주님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던 제자들, 그토록 믿고 따랐건만 십자가에서 허무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만 눈에 선한 제자들은 어느 누구도 이런 엄청난 일을 자신들의 눈앞에서 행하시는 예수님께 감히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바로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따르던 스승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고 밤새 피로에 지친 제자들에게 이제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주어집니다. 제자들이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게 된 것은 스승이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결단의 결과였습니다. 배의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였는데, 만일 그 말을 따르지 않고 왼쪽에 던졌어도 똑같은 결과가 주어졌을까요? 오늘날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주님을 만나지 못하고 주님의 은총이 자기들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주님을 원망하는 사람들은 내가 지금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주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바른 신앙인의 삶을 지향해 나가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전주교구 나춘성 스테파노 신부 (이 글은 꾸르실료 카페에서 옮겨 왔습니다. http://cafe.daum.net/curs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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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04-14

조회수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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